배우고 깨우치다

나의 역사는 어떻게
한권의 책이 됐나

<역사와 나, 나의 현대사 쓰기>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한 <역사와 나, 나의 현대사 쓰기>는 개인의 일상을 ‘역사화’하는 프로그램으로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다. 그만큼 시대별 주요 사건들이 글쓰기의 주제가 됐으며,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더라도 당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글 최충희 교육과 학예연구사

    참여자 만족도가 높았던 시간

    <역사와 나, 나의 현대사 쓰기>는 단순히 자서전을 쓰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 자신의 일상을 역사로 재인식하고 이를 역사화하는 과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을 쓴다고 하면 중장년층이 대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박물관에서 진행한 자서전 프로그램은 연령과 세대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도 개인의 전 생애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주제를 선정해서 ‘나의 이야기’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으며 6·25 전쟁부터 민주화 운동, 외환 위기,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들이 글쓰기의 주제가 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교육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격 교육프로그램인 줌(Zoom)을 활용해 비대면 교육을 진행했다. 온라인 교육이 점차 활성화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참여하는 분들도 어려움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 첫 시간, 개인별로 참여 동기와 목적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서로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친밀함을 형성했고, 참여자들은 강사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개인의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높았다.

    • 개인의 일상을 역사화했던 지난 프로그램의 결과물은
      『역사와 나, 나의 현대사 쓰기』라는 단행본으로 결실을 맺었다.
  • 개인 역사의 기록을 넘어 치유의 과정까지

    자서전은 개인별로 제작했고 완성된 전체 내용은 박물관 누리집에 게시해 결과물을 공유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으로 발간되면서 참여자 모두 이 시대의 역사가로, 작가로 불릴 수 있게 됐다.
    자서전은 전체 참여자 중 다섯 분이 완성했다. 6·25 전쟁 당시 본인이 겪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록하신 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교 수업도 정상일 수가 없었다. 교과서 공급이 안 돼 전시 생활이라고 해서 선생님께 보급된 내용을 등사원지에 써 인쇄를 해서 편집된 책으로 교과서를 사용했다. 이것만으로도 고마웠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쟁 속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이어갔던 당시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조○○ 씨는 외환 위기 당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던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그 내용을 정리했다. “한국인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왔습니다. 오지에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쉬지도 못하며 일만 하다가 병을 얻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략) 산속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도 모르고 살다가 1~2년에 한 번 한국으로 휴가를 가면 너무 빨리 변해서 어리둥절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인도네시아에 가게 된 이유와 현지 생활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어서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허○○ 씨와 신○○ 씨는 코로나19를 통한 일상의 변화를 기록해주었다. 허○○ 씨는 40대로, 교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치러진 수능에 대한 기록을 통해 수능 시험이 진행되는 과정은 물론이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노력을 알 수 있었다. 신○○ 씨는 부모님의 병원 진료를 계기로 지난 삶을 회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했는데,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인사를 중심으로 내용을 작성했다. 글 제목을 ‘어머니와의 추억 소환’이라고 지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중심은 어머니였다. 시대가 변하고 코로나19가 일상의 삶을 위협하는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에 자신과 마주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대적 아픔 속에서 자신을 마주한 ‘한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느낌이었다.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자서전이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치유의 과정으로서 활용될 수 있음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였다.

‘나의 역사’라는 한 권의 책

<역사와 나, 나의 현대사 쓰기>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의 역사가 공적인 역사로 인식될 수 있는 기회가 돼 기획자로서 의미 있었던 시간이다. 참여한 모든 분이 자서전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됐다. 지난 1기의 아쉬움을 바탕으로 이제 2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자 한다. 참여자 모두 자서전을 완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교육 기간을 조정할 예정이며,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없이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려고 한다. 자신의 책장에 ‘나의 역사’라는 한 권의 책이 자리 잡길 바라는 많은 분의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