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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새기는 그날의 역사

198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은 그해 오월을 기억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던 사람들의 희생을 담았다. 글 / 전시운영과 노선희 학예연구사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5월 13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과 5·18기념재단,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남대학교 5·18연구소와 손을 잡고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을 열었다.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분기점 중 하나로 기억되는 사건이지만 서울에서 대규모 전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기관 최초 5·18민주화운동 관련 전시이기도하다. 현대사 박물관으로서 남다른 감회와 무거운 책임감이 교차했던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번 특별전은 그해 오월 저마다의 자리에서 광주를 목격하고, 지키고, 알리려 애썼던 이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아낸다. 수많은 이들의 노고와 분투가 서린 전시 자료에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담겨 있다. 물론 아픔과 분노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금남로를 가득 메웠던 군중만큼이나 길게 늘어섰던 헌혈 행렬, 대가없이 나누던 주먹밥 등의 사진기록은 ‘굳건한 연대와 따뜻한 정’이 가진 무한한 힘을 전한다.

일기, 취재수첩부터 정부기록까지 총망라

이번 특별전은 1층과 3층 기획전시실, 역사회랑과 역사마당에 걸쳐 전시돼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 중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던 ‘정부기록 속의 5・18’은 지난 6월 7일까지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대표적인 정부 기록물을 전시해 보여주었다. 3층에서는 10월 31일까지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메인 전시가 열리고, 박물관 외부 역사회랑에는 8월 30일까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의 사진과 동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인다. 역사마당에서는 10월 31일까지 최평곤 조각 설치작가의 작품 <민주化>와 <오월파랑새>가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은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해온 일기부터, 믿을 수 없는 폭력과 잔인함을 기록한 취재수첩, 위험을 무릅쓰고 금남로 곳곳을 누비며 현장을 포착한 사진과 친지를 걱정하는 편지, 광주시민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날의 충격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메인 전시가 열리는 3층 기획전시실은 프롤로그 ‘그날의 시그널’로 시작하여 ‘횃불’, ‘공포의 도시’, ‘우리는 보았다’, ‘붉은 피, 오월의 꽃이 되다’, ‘숨어 쓴 일기’, ‘멈춰버린 시계’, ‘살아남은 자의 슬픔’까지 총 일곱 개의 부로 구성해 열흘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에필로그 ‘역사가 된 5·18’은 오월 광주를 알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노력들과 더불어 노래로, 시로, 영화로, 소설로 이어진 그해 오월 이야기를 소개한다.
광주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수도권 관람객들을 위해 3층 기획전시실 한가운데에는 1980년대 초 광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시 모형과 매핑 영상을 설치했다. 특별한 연출공간인 ‘주먹밥과 함지박’, ‘경적소리’에서는 이름 모를 이들이 전한 주먹밥의 온기, 금남로를 울렸던 경적소리의 울림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번 특별전은 가장 위험하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발휘한 뜨거운 용기와 인류애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겨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것을 공감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