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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인류와 함께 살아온 바이러스

‘바이러스’를 규명하고 명명한 사람은 19세기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마르티누스 베이에링크(Martinus Beijerinck, 1851-1931)이다. 미생물 연구에 천착했던 그는 1898년 담배 모자이크 질병의 원인이 새로운 형태의 미생물(병원균)에 있음을 밝히며 이를 ‘바이러스’라 명명한다. 하지만 이름 붙여진 것이 이때일 뿐, 바이러스는 오래전부터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기원전 1143년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를 죽음으로 이끌고 1519년 아즈텍 문명의 멸망을 가져온 천연두, 20세기 초반 5,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2000년 이후 인류를 위협한 사스와 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 A, 그리고 작년 말부터 닥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까지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인류와 함께 숨 쉬며 살아왔다.

다른 세포에 기생해 생존하는 바이러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고 있다.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RNA 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19는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외피가 돌기로 둘러싸인 왕관(Corona) 모양이라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4월 22일 기준 국내 확진환자가 10,694명, 전 세계 확진환자는 2,513,300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초 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온 세계보건기구는 3월 11일 감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두’, demic은 ‘사람’을 뜻한다. 즉, 팬데믹은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강력한 위험 신호인 셈이다. 이렇듯 이번 사태가 거세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것이 처음 닥친 고난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바이러스와 싸우며 면역력을 높였다.
그리고 이는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백질과 유전 물질인 핵산으로 이루어진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인 미생물 ‘바이러스’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해 증식한다. 숙주 없이는 무생물에 가깝지만, 숙주세포만 있으면 생물 흉내를 내며 강력한 바이러스로 진화한다. 인류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면, 바이러스는 그를 능가하며 인류에게 타격을 입힌다.

통계로 알아보는 바이러스

바이러스 종류

  • 1급 17종 : 사스, 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 A, 코로나19 등
  • 2급 20종 : 결핵, 수두, 홍역, A형간염, 한센병 등
  • 3급 26종 : 파상풍, B형간염, C형간염, 일본뇌염, 말라리아 등
  • 4급 23종 : 인플루엔자, 매독, 수족구병 등

세계 바이러스 발생 수(2001~2019년, 건)

  • 1급 : 195 - 2급 : 999,260 - 3급 : 193,080 1급 : 195 - 2급 : 999,260 - 3급 : 193,080

2000년 이후 세계를 휩쓴 역대 바이러스

  • 사스 - 아래 내용 참고
    SARS(사스) -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최초 발생 :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
    전 세계 감염자 : 8,096명 / 사망자 : 774명
    국내 감염자 : 4명 / 사망자 : 0명
  • 신종인플루엔자 A - 아래 내용 참고
    H1N1(신종인플루엔자 A) - novel swine-origin influenza A
    최초 발생 : 2009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
    전 세계 감염자 : 1,632,258명 / 사망자 : 19,633명
    국내 감염자 : 759,678명 / 사망자 : 263명
  • 메르스 - 아래 내용 참고
    MERS(메르스) -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최초 발생 :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전 세계 감염자 : 1,288명 / 사망자 : 498명
    국내 감염자 : 186명 / 사망자 : 38명
  • 코로나19 - 아래 내용 참고
    COVID-19(코로나19) - corona virus disease 19
    최초 발생 :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전 세계 감염자 : 2,513,300명 / 사망자 : 176,264명
    국내 감염자 : 10,694명 / 사망자 : 238명
    (2020년 4월 22일 기준)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A,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2000년대 이후 우리를 괴롭힌 바이러스로는 사스(2002년), 신종인플루엔자 A(2009년, 이하 신종플루), 메르스(2012년)를 손꼽을 수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 불리는 사스(SARS-CoV)는 2002년 중국에서 시작해 수개월 만에 홍콩과 캐나다 등 전 세계로 확산됐던 신종 전염병으로 원인 병원체는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당시 전 세계 8,096명의 확진환자를 낳았으며 국내는 4명의 확진환자를 기록했다.
반면 2009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발발한 신종플루(H1N1)의 피해는 강력했는데 세계 확진환자가 1,632,258명이었고 국내에서도 70만 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처럼 팬데믹에 선정됐지만, 20세기 초반 ‘대재앙’이라 불리며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에는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그간 인류가 바이러스의 비밀을 더 많이 풀어내며 대항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 치료제로 유명해진 타미플루가 대표적인 사례로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았다.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CoV)는 코로나19, 사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퍼졌으며 세계 확진환자는 1,288명(국내 186명)이었다.
그 밖에 코로나19, 신종플루처럼 ‘팬데믹’을 선언했거나 그에 준했던 바이러스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이 있었다.

  • 고바우 영감 - (왼쪽 : 유행감기), (오른쪽 : 인플루엔자) 1955년부터 동아일보에 연재를 시작했던 고 김성환 화백의 4컷 만화 ‘고바우 영감’.
    1957년 6월 20일(왼쪽), 1957년 7월 27일(오른쪽)
    만화에서 1957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아시아 독감을 다루고 있다. 당시 아시아 독감은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람과 바이러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을 위해 대사투를 벌인다. 사람은 치료제를 개발해 면역력을 높이고, 바이러스 역시 치료제에 면역력을 기르며 더 강력하게 진화한다. 코로나19 역시 전보다 진화한 형태로 강력한 위력을 뽐내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데 뭉친 인류는 생각 이상으로 힘이 세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주춤하면서 그만큼 피해가 크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모두의 의지는 확고하다. 생각해보면 인류는 항상 그랬다. 스페인 독감, 아시아 독감, 신종플루가 닥쳐도 사람들은 견디며 끝끝내 자신들의 뿌리를 지켜냈다. 그 뿌리가 아직 선연하게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잊지 않는 한 그 뿌리는 푸르게 빛나며 우리를 지킬 것이다. 코로나19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 자료 출처: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김영사, 2015),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누리집, 질병관리본부 누리집, 통계청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