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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살아 움직이는 현재의 역사가 되다

IMF 구술 영상 프로젝트에서 구술하는 사람들은 모두 보통 사람들이다. 내 친구, 부모님, 혹은 이웃 같은 사람들. 그들이 버티고 견디며 온몸에 새긴 삶은 어떤 모양, 어떤 빛깔일까. 그 삶의 흔적들이 역사가 되어 현재의 우리와 만난다. 글 / 연구기획과 이경순 학예연구사

갑자기 엄마가 IMF 때문에 우리 집이 힘들어졌다, 해가지고 너도 이제 좀 정신을 차리고 우리 옛날처럼 못 산다, 엄마가 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뉴스에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집에 있는 금을 팔았고 엄마 아빠가 갑자기 이사를 가야 한다고 또 그러시더라고요. 고 3때여서 수능 전에 이사를 가면 안 되는데….

IMF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생애와 기억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국제통화기금이라는 금융기구의 이름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1997년 이후 여러 해 동안 국가 경제가 무너지고 국민들이 혼란을 겪었던 시기를 가리키는 역사 용어로 통용하기도 한다. IMF는 1990년대 말 대한민국의 국가적 운명과 개인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기업들의 줄도산, 정리해고, 가족의 해체, 금 모으기 운동 등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의 뇌리에는 IMF 시기의 각종 사건이 선명한 뉴스 화면처럼 떠오를 것이다. 몇 년 뒤 국가적으로는 IMF 관리체제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은 그 후로도 지속되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자본시장 개방, 양극화, 청년 실업 문제와 잘리지 않을 직장을 향한 취업 열기 등 경제 및 사회 구조와 사람들 의식에 뿌리박힌 상처와 열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여전히 IMF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19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IMF라는 사건과 시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IMF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현재를 만들어냈는지 살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구술사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이프로젝트에서는 IMF를 서로 다른 위치에서 경험한 평범한 이웃들을 섭외하여 그들의 생애와 IMF에 대한 기억을 구술로 기록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은 구술 내용과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는 데 있다. 처음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 개편에 맞추어 구술 영상을 전시 콘텐츠로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고, 그만큼 영상 제작과 편집에 공을 들이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때 신용카드 대란이 딱 끝나고 우리가 견뎌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힘든 상태였는데, 대표이사가 일본 사람으로 바뀌더라고요. 뭐 어쨌든 근무를 오래하기는 힘들겠구나 생각을 했죠. 오래전부터 지리산에서 살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사표를 내게 되었어요.

상설전시에서 만나게 될 구술 영상

구술 채록 대상자의 직업군은 IMF 당시 제조업 종사자, 금융권 회사원, 자영업자, 청년 취업자, 전업주부, 학생 등 다양하다. 이들 생애에서 IMF의 영향은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6개의 공통질문을 던졌다.

“IMF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당시 무슨 일을 하고 계셨나요?” “IMF로 인해 본인의 삶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IMF로 인해 이웃이나 주변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요?” “20년이 지난 현재 되돌아볼 때 본인의 인생경로에서 IMF는 어떤 계기가 되었나요?” “IMF를 기억할 수 있는 당신의 물건은 무엇입니까?

구술자들은 영상 녹화 스튜디오로 차려진 박물관 강의실에서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IMF와 관련된 개인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이들의 구술에는 그 시절 그 상황을 겪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동안 IMF를 다룬 경제학, 정치학 분야의 연구나 다큐멘터리, 영화는 꽤 많이 나왔다. 그 작품들의 서사와 주제는 주로 IMF가 사회와 경제구조에 미친 영향과 비판, 그리고 정부와 대기업 등이 중심이 된 극복 서사였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다양한 직업군에 몸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말이 채록 대상이었던 덕분에 그러한 전형에서 벗어나 각양각색의 경험과 생각을 수집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영상으로 기록함으로써 인터뷰에 응하는 구술자의 주체성과 살아 있는 표정까지 생생히 담아냈다.
IMF 구술 영상은 올 5월 재개관하는 상설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살아 움직이는 현재의 역사로서,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로 관람객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