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재미를 더한 의상 연출
춤추고 노래하는 박물관

소리, 역사를 담다

<금지된 일상, 소리의 사회사>

지난 11월 27일, 특별전 <소리, 역사를 담다>와 연계하여 소리를 매개로 역사와 만나는 뜻깊은 공연이 열렸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순간순간을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로 표현한 이번 공연은 연주자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소통의 현장이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공연의 감동을 전한다.

소리와 영상이 어우러진 이색 공연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로 역사와 만나요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마는 소리, 의미를 잃고 쉽게 잊히던 그 소리가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특별전 <소리, 역사를 담다>의 연계 공연으로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금지된 일상, 소리의 사회사> 공연을 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해방의 기쁨도 잠시, 동족상잔과 분단에 이어 독재정권과 민주화로 이어진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소리로 추적하고 재구성한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박물관기획공연위원인 단국대 장유정 교수는 “공연의 테마는 ‘금지곡’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곧 금지곡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소리와 영상, 금지곡으로 구성한 공연을 즐겨주기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연주는 세대와 국적을 뛰어넘어 복합 장르 음악을 추구하는 성기완과 트레봉봉, 사운드 아티스트 윤수희, 미디어 아티스트 한요한이 참여했다.

이번 공연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가슴으로 느끼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프로그램은 ‘일제강점기 금지곡’, ‘유신과 한국의 청년 문화’, ‘월북과 납북, 6·25전쟁’, ‘산업화의 시대, 구로공단에서 IMF까지’, ‘풍속의 변화, 자유당의 집권과 5·16군사정변까지’, ‘현재와 미래’로 구분해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여덟 곡이 소개되었다.

연주자들이 시대 배경에 맞춰 교복, 공장 작업복 등 의상을 바꿔 입어 더욱 흥미로웠다. 첫 곡 홍난파의 ‘봉선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들의 사진, 증언하는 목소리와 어우러져 비장하고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김정미의 ‘바람’은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기하학 무늬의 영상과 조화를 이루었고, 경제를 부흥한 산업 역군 영상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가 함께했다. 이 밖에 김해송의 ‘오빠는 풍각쟁이야’, 김민기의 ‘친구’ 등이 연주되었다. 귀에 익은 친근한 금지곡이 차례로 소개되자 관람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강렬한 젬베 리듬에 맞춰 성기완과 트레봉봉이 창작곡 ‘하나가 되자’를 연주하면서 공연은 절정에 이르렀다. ‘우리 힘으로 다시 만나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에 관람객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영상이 켜지고 소리가 들려오던 매 순간, 관람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듯 생생한 경험을 했다. 이번 공연은 역사를 색다른 방법으로 기억하고 체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젬베 연주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로 근현대사 이야기를 들려준 공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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