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교실

2019 재일(在日) 교사 초청
한국현대사 연수

지난 11월 진행한 ‘2019 재일(在日) 교사 초청 한국현대사 연수’(이하 연수)는 일본에서 한국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알리고, 일본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들의 다양한 고민을 듣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2018년 일본 지역 교사를 대상으로 재일 교사 연수를 처음 시도했다. 이후 연수에 대한 필요성과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11월 2일(토)부터 5일(화)까지 4일간 진행했다. 연수는 무엇보다 재외 공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현지 교육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고 연수 대상자 선발에 대한 공신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외 공관의 협조 아래 관련 회의를 진행했고, 연수 일정 및 참가자 선발 방법 등 세부 내용을 결정했다. 연수 준비를 할 때도 참가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연수 참가자들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료집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제작했고, 원활한 강의와 질의 응답을 위해 한일 동시통역을 제공했다.

이번 연수에는 일본 간사이 지역 민족학교와 일본 공립학교의 민족학급 교사 21명이 참가했다. 일본에는 총 4개의 교육부 인가 민족학교가 있으며, 그중 3개가 간사이 지역에 있다. 민족학급은 방과 후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학급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일 동포를 비롯해 일본 학생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민족학교와 민족학급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는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연수는 주제별 강의 5회와 현장 탐방 2회로 구성했다. 첫날 일정은 청암대 김인덕 교수의 ‘재일 코리안의 정체성-100년의 기억’ 강의와 만찬으로 진행되었다. 재일 코리안의 형성 배경과 과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전달하고 재일 코리안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질의 응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은 강의와 탐방을 함께 진행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4월·5월· 6월, 그리고 촛불’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과 일본 사회를 비교하면서 한국의 역동적 민주화 흐름을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함께 설명했다. 한홍구 교수의 책을 가져와 사인을 받는 연수생이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강의였다. 이어진 탐방은 임진각과 서대문독립공원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당초 도라산 전망대와 제3땅굴 등 남북 관계 현장을 탐방할 계획이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임진각에만 들른 점이 아쉬웠다.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 역사전시관 등을 돌아보며 한국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살펴본 교사들은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연수 세 번째 날에는 총 세 번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용인 보라고 이경훈 교사가 ‘한일 관계 어떻게 가르치나’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실제 수업 사례를 바탕으로 활동지를 이용한 교육 방법을 제시해 호응이 뜨거웠다. 두 번째 강의는 성균관대 한혜인 연구원이 최근 한일 사이 첨예한 갈등 주제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동원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했다.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를 설명하고 한국에서 축적된 다양한 연구의 흐름과 정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통일 담론과 미래 한국’이라는 주제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최근 동북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교사들에겐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동북아 지역 관계국들의 상황과 입장을 설명하며 미래 한국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는 강의였다.

연수 마지막 날은 좌담회, 상설전시실 관람,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탐방으로 진행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과의 대화에서는 박물관이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를 나눌 수 있었다. 교사들은 일본 교육 현장의 애로 사항을 전하며,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내용을 전시하는 곳이다. 전시물을 꼼꼼히 보는 교사가 많았고, 박물관에 자료를 기증한 교사도 있어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

이번 연수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심도 깊은 강의, 주제와 연계한 탐방 등 다른 기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특히 한일 관계가 냉담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자료와 지식이 일본 학교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길 희망한다.

글. 교육과 최충희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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