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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전시회Ⅰ

소리로 근현대사를 만나는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

인간이 만든 소리 중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 소리에 주목한 색다른 전시 <소리, 역사를 담다>.
유물과 글이 아닌 다양한 소리를 매개로 역사·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들리나요?

우리 곁에는 늘 귀를 쫑긋 세우게도 하고, 가만히 귀 기울이게도 하고, 태연히 귓가를 맴돌기도 하고, 무심히 스쳐 지나가기도 하는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도처에 있지만 일순간 아득히 멀어지고, 끝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 소리가 지닌 특성이지만 녹음 기술이 발달하면서 휘발적 숙명을 타고난 소리를 생생히 기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은 역사적인 순간과 사회의 변화를 포착한 소리에 주목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폭발하듯 터져 나온 광장에서의 외침, 긴박하고 처절했던 사건 사고의 순간들, 부를 수 없어 속으로 삼켜야 했던 노래, 계몽과 신념의 메시지, 익숙하고 친근한 일상의 기록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소리와 관련한 기록들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 담긴 이야기를 새로이 들어보고자 합니다.

전시실 입구부터 벽면을 타고 이어지는 ‘소리길’은 익숙한 현재부터 다소 낯선 과거까지 시간 속에 각인된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봅니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언제일까? 어디일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때로는 환희와 기쁨이 넘쳐나고, 때로는 갈등과 대립으로 팽팽했던 그 소리들이 모두 역사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소리극장’에서는 특정 사건을 지칭하는 용어, 기념일 또는 상징적인 날짜로만 기억되는 역사적 소리를 소리극으로 연출합니다. 소리극장에서 상영하는 <그날의 우리>는 20세기 초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굴곡의 시간 속에 각인된 소리를 들려줍니다. 구름 속 먼지가 비를 만들듯, 시대의 작은 웅얼거림에도 당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순간순간의 편린들이 엮어내는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작은 소리가 사회적 공감을 얻는 과정을 되짚어보는 한편 ‘우리 삶에 중요한 소리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창고’에서는 나라의 독립을 염원하며 라디오 등을 통해 어렵게 접하던 나라 밖 소식부터 청취자를 웃기고 울린 라디오 방송까지 다양한 소리를 전한 장비를 한데 모았습니다. 형체가 없이 무형으로 존재하며, 순간적으로 퍼지다 사라지는 소리를 기록·저장·재생·전송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소리를 듣고, 전하고, 기록할 수 있게 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웅변대회 수상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수상웅변선집>
국가가 공식 발표를 제재한 금지곡
음악 통제 정책으로 시행된
대중음악의 한 장르인 건전 가요
풍자를 담은 ‘고바우 만평’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에 소개된 벽보
민중의 노래를 모은 민중가요집
소리 역사를 담다 포스터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

기간
2019년 11월 21일(목)~2020년 3월 1일(일)
장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관람료
무료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수요일 오후 9시까지 야간 개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관람 문의
02-3703-9200
개막식 이모저모

지난 11월 20일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은 박물관 및 문화계 인사, 유관 기관 관계자, 자료 협조자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박물관 홍보대사 최원정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렸다. 주진오 관장은 “특별전을 위해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수집했다. ‘소리극장’을 비롯한 소리 체험 장치를 통해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현대사를 되돌아보고 회상에 젖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개막식은 기존 개막식 형식에서 벗어나 토크 콘서트와 아트 사운드 공연 등 풍성한 참여형 행사로 구성되었다. 참석자들은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의 기획 의도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이색적인 경험을 통해 역사 기록으로서 소리가 지니는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
첫 번째 순서로 시대별·주제별 소리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대담 형식의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패널로는 이승근 수리 장인, 이영미 대중문화 평론가가 참여했다. 세운상가에서 음향 기기를 취급한 지 55년째인 이승근 장인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광석라디오를 만들며 소리의 매력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양한 사연을 담은 음향 기기를 고치고 손님이 기뻐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이승근 장인의 말은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이 소리 역사의 산증인은 끝으로 빈티지 기기의 명맥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영미 평론가는 독재 시대 음악 통제 정책의 일환이던 금지곡, 건전 가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불신 조장, 선정성 등을 이유로 금지곡이 되는가 하면, 사회적 메시지를 밝고 긍정적으로 표현한 건전 가요를 강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영미 평론가는 음반이 되기 전 검열성 사전 심의로 세상의 빛조차 보지 못한 수많은 미발표곡이 지닌 아픔도 지적했다. 창작자의 발목을 잡고 가요계 발전을 가로막은 암울했던 시대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 시대를 떠올리며 대표적인 금지곡 ‘아침이슬’을 주진오 관장의 선창으로 참석자들이 합창하며 노래와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가치를 되새겼다.
전시 자료를 들어볼 기회도 가졌다. 신군부가 방송 통폐합을 강행한 1980년도 TBC 동양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고별 방송이 소개되었다. 당시 DJ였던 황인용 아나운서는 “오랜만에 시그널 음악을 듣고 5분 남았다는 멘트를 들으니 그 시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눈물이 솟는다. 방송국이 없어지는 역사적 순간에 한 개인으로서도 비장한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사운드 아트 공연 ‘진동과 파동’은 음악과 역사적 순간을 담은 소리의 이색적인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개성 강한 악기 연주에 6·25전쟁을 알리는 뉴스, 인기 가요 ‘빈대떡 신사’ 등이 입혀짐으로써 소리는 음악의 한 요소로 작품이 되었다.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 개막을 축하하는 테이프 커팅식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노선희 학예연구사의 전시 해설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커다란 스피커, 서랍을 열면 오르골처럼 소리가 나는 스피커 등 다채로운 장치를 통해 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일상적인 소리부터 긴박했던 사건 사고의 순간을 기록한 소리, 희로애락을 담은 노래 등은 단순한 소리의 모음이 아니었다. 참석자들은 이번 개막식을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만나는 소리 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시 개막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
전시 개막을 축하하며 담소를 나누는 다과회
전시장을 둘러보는 참석자들
다양한 악기 편성과 소리의 조합이 돋보인 사운드 아트 공연
헤드폰으로 금지곡을 감상하는 참석자
역사 속소리를 듣는 소리 체험 장치들
글. 전시운영과 노선희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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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감>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전시, 조사·연구, 교육, 문화행사 및 교류 사업을 수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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