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김간지×하헌진’은 다채로운
블루스 음악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희윤 대표
춤추고 노래하는 박물관

2019 ‘생활의 발견’ 시리즈
사소한 듯 위대한 일상의 즐거움, 맥주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 시원한 맥주 한잔은 힐링 그 자체다.한국 현대사를 바꾼 사소한 사물과 사건을 다루는 ‘생활의 발견’ 시리즈의2019년 첫 번째 공연 주제는 바로 ‘맥주’. 기분 좋은 취기가 오르듯이야기와 음악에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문화가 된 맥주 이야기

“우리의 책은 쓰레기 더미, 위대하게 하는 건 맥주뿐.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세계적인 문호 괴테의 말이다. 보리와 홉을 이용해 만드는 발효주인 맥주는 BC 6000년경 만들어져 유럽 전역으로 제조법이 전파되면서 현재에 이른 오랜 역사를 간직한 술이다.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인류의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맥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쌉쌀한 맛,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 그리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일본의 맥주 회사들이 들어와 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 한국인의 맥주 사랑은 점점 커져 2018년 기준으로 일인당 평균 소비량은 53.6L, 평균 소비액은 12만6998원에 이른다. 수입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소규모 양조업체나 맥주 전문점이 만드는 크래프트 맥주를 찾는 사람도 많다. 맥주는 사교의 장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혼술의 대표 아이템이기도 하다. 맥주가 좋아서 직접 만드는 법을 배우는 사람도 있다 하니 맥주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준비한 ‘생활의 발견’ 시리즈, ‘맥주’는 맥주에 관한 재미있는 정보를 나누며 일상으로 자리한 맥주의 존재감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흥미진진한 맥주 이야기와 감성 넘치는 블루스 공연

1월 30일 ‘생활의 발견’ 시리즈 2019년 첫 번째 공연이 ‘맥주’를 주제로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객석은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이날 이야기 손님으로 크래프트 맥주 문화 개척자라 불리는 ‘더부스’ 김희윤 대표가 초대되었다. 한의사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김 대표는 대동강 물이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대강 페일에일로 우리나라 맥주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맥주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시기는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일본 맥주가 들어오면서부터다. 1990년대 말까지 조선맥주와 동양맥주 두 곳에서 생산해오다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소규모 양조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맥주를 접할 수 있었다. 김 대표 역시 맥주가 가진 다채로운 맛과 향에 매력을 느껴 펍(pub)을 열고 양조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슬로건 ‘팔로 유어 펀(Follow your fun)’을 내걸고 우리나라 맥주 시장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어서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규모가 작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수정하고 보충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을 격려했다.

대담에 이어 듀오 ‘김간지×하헌진’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들은 정통 델타 블루스를 한국어에 최적화해 독보적인 블루스 뮤지션으로 인정받은 실력파다. ‘술과 돈’, ‘그댈 사랑하는 내 마음’, ‘세상에 바라는 게 없네’, ‘카드빚 블루스’ 등 공감을 부르는 현실적인 가사와 매력적인 블루스 리듬으로 이루어진 곡들을 연주했다. 관람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할 만큼 감성적이고도 파워풀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연주 중간중간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익살스러운 맥주 이야기가 맛있는 안주처럼 곁들여지면서 웃음이 가득한 공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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