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사람들

기증은 ‘아름다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박물관에 소장 또는 전시된 수많은 유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중 상당수는 기증으로 수집된다.
소중한 자료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기증 업무는 박물관 자료관리과에서 이루어진다. 기증 업무를 통해 기증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우리 박물관에 기증 자료가 공개 구입이나 경매로 수집한 자료보다 많다는 점은 시민들이 사랑해주신 결과인 만큼 박물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힘이 납니다. 기증자들도 하나같이 ‘기증이 보람을 느끼게 하는 최고의 기회가 되었다’고 만족해하세요. 자신의 소중한 자료가 보관될 뿐 아니라 전시나 연구 등에 활용된다는 점에 문화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시민이 기증 활동에 참여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기증 자료 모두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 자료관리과 김권정 학예연구사

기증자에게 전달하는 다양한 기념품
기증자의 대표 자료를 모아 발간하는 기증 자료집
Q 기증과 기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기증과 기탁 모두 개인 또는 단체가 자료를 박물관에 맡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 기증은 조건 없이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이고, 기탁은 일정 기간 동안 박물관에 관리를 맡기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료를 기증받는 박물관 측에서는 수증, 수탁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Q 기증이 왜 가치 있는 일인가요?

개인이나 단체가 자료의 가치와 의의를 이해하고 소장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만, 기증은 수많은 사람이 그 자료적 가치를 함께 나누고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적 가치를 향유하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나눔’이라는 높은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지요.

Q 기증은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나요?

제일 먼저 기증 신청(전화, 전자우편, 방문 등)을 받고 내부 검토 후 기증 인수 자료로 결정되면 기증자와 인수 일정을 협의합니다. 자료는 기증자가 직접 가져오거나 자료관리과 담당자가 방문해서 인수합니다. 인수 자료는 기증자 인터뷰를 통해 유형, 수량, 자료 입수 경위, 자료 이력 등을 확인해 자료기증원을 작성합니다. 기증 인수 자료는 정리 및 목록화 과정을 거치고, 분야별 관내 전문가로 구성된 자료수증심의위원회(분기별 1회 또는 긴급 개최)에서 수증 및 반환 여부를 결정합니다. 수증이 결정된 자료는 대표 자료 사진 촬영 후 자료등록팀으로 인계됩니다.

Q 그렇다면 무엇이든 기증 자료가 될 수 있나요?

우리 박물관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자료에 한해 실물, 문서,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자료를 수증합니다. 단, 자료의 역사성과 대표성, 상징성, 향후 활용성, 보존 가치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수증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진행한 기증 특별전
‘아름다운 공유’ 포스터
Q 기증자에 대한 예우도 중요하겠군요?

우리 박물관에서는 기증자 예우 차원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기증자에게 수증 증서 발급, 기증 자료집 발간 및 각종 기념품을 제작해 증정합니다. 또 기증자의 상세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박물관 주요 행사 초청을 비롯해 주요 발간 자료와 소식지 등을 발송합니다. 우리 박물관에서는 3년마다 기증자의 대표 자료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공유’라는 주제로 기증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Q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기증품 현황이 궁금합니다.

우리 박물관은 정식 개관하기 이전인 2010년부터 기증을 받아왔습니다. 2018년 12월 말 현재 박물관 소장 자료로 기증된 수량이 총 6만3872점으로, 공개 구입 및 경매를 통해 구입한 5만9698점보다 4174점 더 많습니다. 전체 소장 자료의 절반 이상이 기증 자료이니 기증자, 즉 시민의 참여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기증 업무 중 학예연구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학예연구사는 기증 전 과정에서 실무적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증 업무는 크게 지정(특정) 기증과 상시(일반) 기증으로 구분합니다. 지정 기증 업무는 주요 역사 자료 소장자나 소장처를 발굴해 기증 활동을 추진하는 일로 근현대사 관련 주요 인물, 단체 등의 기증을 유도하고, 전문가와 연계된 기증 정보 및 현황을 파악해 역시 기증을 유도하고 협의를 추진합니다. 상시 기증 업무는 기증 자료를 신속하게 인수하고 기증 관련 홍보, 기증 자료를 선별적으로 수증해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을 합니다. 그 외 기증자 재기증 유도, 기증 자료집 발간, 기증 전시를 통해 신규 기증 자료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합니다.

Q 직접 기증받은 것 중 기억에 남는 자료를 소개해주세요.

2017년 김효숙 씨가 기증한 4대째 내려오던 생활 문화 자료입니다. 김효숙 기증자는 구한말부터 1970년대까지 한 집안에서 사용한 옷, 그릇 같은 생활 도구를 비롯해 토지 매매 문서 및 토지대장 등 당시 사회·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귀한 자료를 기증해주셨어요. 종류가 다양하고 귀한 자료를 어려운 환경에서도 끝까지 잘 간직한 기증자의 노력이 기억에 남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각오 또는 시민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박물관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가치 있는 자료를 찾아내 우리 모두가 공유하며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적극적인 기증 참여를 기다립니다. 그동안 정치·경제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1950~1970년대 사회·문화 분야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글. 자료관리과 김권정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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