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자료는 당시 18세의 나이로 4.19 혁명에 참가했던 이재영의 일기로, 저자가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한 기록물이다. 연필과 펜으로 쓰인 일기는 1959년 9월 12일에서부터 1960년 10월 11일까지 저자가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주주의가 사망하는 날’ 이라고 표현한 3.15 부정선거부터 4.18 고려대 학생 시위, 4.19 혁명 당시 경무대로의 진격 과정 등이 실감 나게 기재되어 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개된 가운데, 3월 15일 자유당은 이기붕의 당선을 위해 투표용지 바꿔치기 등의 부정선거를 자행하였고, 이승만이 대통령에, 이기붕이 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에 부정선거에 대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4월 11일 마산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실종되었던 마산상고 1학년 학생 김주열(金朱烈) 군이 눈에 최루탄이 박혀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더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4월 18일 고려대 학생들이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해 봉화를 높이 들자”는 선언문을 낭독하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 농성을 벌이고 돌아가던 중 반공청년단의 폭력배들로부터 습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음날인 4월 19일 약 3만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그 가운데 수천 명이 경무대로 향했다. 경찰은 경무대 앞의 국민들을 향해 발포를 시작했고 주요 도시에 계엄령이 내려졌다. 민주주의의 물결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의 국민들이 시위에 가세했으며, 자정까지 서울에서 약 130명의 사망자, 1,000여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소개하는 자료 안에서 저자 이재영은 당시 서울대학교 문리대 인근의 명륜동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평소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며 민주의식을 키워왔던 저자는 4월 19일 아침 어머니의 만류를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다. 시위대가 지나간 흔적을 살피며 광화문으로 향하던 저자는 대학생 무리에 합류해 경무대 쪽으로 나아갔다. 그곳에서 여고 교복차림의 저자는 웅변으로 다져진 목청으로 “3.15 부정선거 다시 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발포하려는 경찰에 저항했고, 총알과 최루탄 연기 속에서 독재정권에 함께 대항하던 국민들의 모습을 일기 속에 기록하였다.
4월 24일 이기붕이 부통령 사임, 이승만이 자유당 총재직을 사임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 했으나, 4월 25일 대학교수들의 시위까지 이어졌다. 결국 4월 26일 오후 1시 3.15부정선거의 무효, 개헌, 총선 실시에 대한 이승만의 하야 담화가 방송되었다.
이후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승만 정권의 모순들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전개되었지만, 허정 과도정부는 이전 정권 수반들에 대한 책임 조치와 처벌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또한 이어지는 장면 정권에서도 4.19 혁명의 과제를 완성시키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4.19 혁명의 정신은 이후 6.3 학생운동, 유신반대투쟁, 부마항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시민항쟁 등 민주화 운동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즉 4.19 혁명은 자유민주주의, 반독재, 불의에 대한 정의의 대항, 그리고 청년정신을 일깨운 시민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김일영, 「4.19 혁명의 정치사적 의미」 『社會科學』 29권 1호,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1989.
한완상, 『4.19혁명론』, 일월서각, 1990.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사단법인 4.19회, 『4.19 그날의 함성』, 무주문화사, 1994.
이재영, 『4 19혁명과 소녀의 일기』, 해피스토리, 2011.
고려대학교 4.18의거 실록편찬위원회, 『고려대학교 4.18의거 실록』, 고려대학교 출판부, 2012.
